이번 인터뷰는 여러 가지 바쁘신 중에도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을 8년째 진행하고 계신 임성현님 진행되었다. 임성현님과의 인터뷰가 어느새 2달이 훌쩍 지났는데, 인터뷰 내내 보여주셨던 따뜻한 미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하시며,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이야기를 해주시려 애쓰시는 모습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 짓게 되었다.
Q 우선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본인 소개부터 해주세요.
A 14년차 자바개발자이고, 40대 초반의 두 아이의 아빠이다. 국내 점유율 80%의 상담 솔루션 회사에서 제품 기획과 품질(프로그램 자체의 품질) 검사를 담당하고 있다. 이 전에는 대기업부터 벤처까지 모두 겪으면서 사회생활을 했으며, 8년째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주로 대학생들의 졸업작품 멘토링을 하고 있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앱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자소서 쓰는 것에 대한 멘토링도 해주고 있다. 소프트웨어공학 대학 교재를 출간한적이 있다.
Q 프로그래머가 된 계기랄까, 언제 프로그래머가 되야겠다 결심하게 되셨어요?
A 학창시절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 잘 하고 말썽 없는 모범생이셨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더니 박성철님이 모범생이었다고 말씀하셨다. — 정말요??? 지난 번 인터뷰 때 그렇게 이야기 안 하셨는데... 5학년 때 8비트 컴퓨터를 처음 접하고 학원에 다니면서 프로그래밍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때부터 관심이 있긴 했지만 프로그래머가 꿈이었다고 말하긴 뭐하다. 그저 취미와 관심일 뿐이었다. 대학 때 전공은 화학공학이었는데, 졸업 당시 IMF여서 우선 취직 위주로 찾다 보니 화학공장의 전산실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 후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대학원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했다. 그때가 처음 자바가 도입될 때였는데,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대학원 때부터 호기심과 IT가 접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 취업 후 공부하면서 일하다 보니 재미있고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무언가를 먼저 시작한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편이었다.
Q 업계에 들어와서 가장 영향을 받은 개발자를 꼽으라고 하면 어떤 분을 꼽으시겠어요???
A 박성철 님, 이일민 님, 채수원 님, 박재성 님!!! 망설임없이 4분을 꼽으셔서 깜짝 놀랐다~ 그래도 모두 내가 아는 분들이라 뭔가 뿌듯했다. 이일민님은 대학 선배님이셨는데, 아버지가 화학공장에서 일하시고 화학공장 옆에서 자라서 세상이 화학만 있는 줄 알았던 나에게 새로운 분야(세상???)을 알려주셨다. 박재성님은 그 분의 책을 따라 하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갈 때 역할 모델이 되어주셨다. 여러 가지 물어봤는데 잘 알려주시고 가르쳐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박성철 님과 채수원 님은 성인이 되어서 만난 분들이지만 여러 가지 속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조언도 구할 수 있는 분들이다.
Q 개발자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A 약속을 못 지키는 것, 약속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제일 힘들다. 다른 사람하고의 약속 보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 그러더라, 개발자에게 가장 큰 용기는 키보드에서 손을 뗄 수 있는 용기라고. 본인 스스로 정한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할 때… ‘곧’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10분 뒤가 될 수도 있고 한 시간 뒤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그러다 보니 가족하고의 약속을 못 지키거나 팀원들의 식사시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황도 생기는 데 그럴 때 힘들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많은 집중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고 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거 하나만 해결하면 될 거 같았던 에러들로 며칠 밤을 새우기도 하고…
Q 함께 일하기 싫은 프로그래머가 있나요???
A 지나 온 과거나 주워들은 이야기로 자기 자랑만 하는 사람!!! 소시쩍에… 뭐 이런 이야기나 예전에 우리 집에 금송아지가 있었다 뭐 이런 느낌??? 강아지에게 1년은 사람의 7년과 같단 말이 있다. 개발자의 1년은 다른 분야의 7년과 같다고 생각한다. 다른 기술에 비해서 7배 정도 빠르게 바뀌고 새로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이걸 알고 있다고 하는 순간에 옛 기술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데, 자만심에 빠진 개발자는 내가 알고 있는 것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보다 어리거나 경험이 적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해서 받아들이거나 배울 수 없는 사람과는 일하기 힘들다. 그리고 말이 장황한 개발자와는 일하기 힘들다. 대화가 잘 되는 것은 좋지만, 실제 코딩이나 머리를 쓰는 시간보다 말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 사람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같이 일하긴 불편하다.
Q 직원을 뽑기 위해 인터뷰어로도 많이 활동하셨을텐데, 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또 그런 것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쓰시나요???
A 기술보다 먼저 보는 것이 솔직함이다. 자기가 경험해본 것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면접을 보는 회사에서 무얼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탐색 면접을 주로 하는데, 면접을 보면서 본인이 알지 못하는 잠재력을 끌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건 어쩌면 기술 면접관이 갖추어야 하는 능력이란 생각도 든다. 본인 스스로 면접시 자기가 했던 프로젝트나 사용하고 있는 기술에 대해서 충분히 대화가 될 정도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면접을 위해서 무얼 준비하면 좋을지 여쭤봤더니, 자기를 정확히 홍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하긴 짧은 시간에 나를 어필해야 하는 자리니까…
여담으로, 누군가를 평가하는 면접관도 참 힘들고 짧은 시간에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씀 드렸더니 30분짜리 면접과 1시간짜리 면접으로 나누어서 보는 경우를 이야기 해주셨다. 30분 면접을 보면서 더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는지 판단한 후, 조금 더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한 번 더 만드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셨다.
Q 이 일(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아이들이 이쪽 일을 선택한다고 해도 흔쾌히 도와줄 정도로 매력이 있다. 작가의 매력은 문장을 만들어서 무언가 창조해낸다는 것이고, 관리자의 매력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사람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고, 엔지니어개발자는 엔지니어는 아니라고 하셨다.의 매력은 기계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매력을 가진 것이 개발자이다.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해줬을 때는 예술가로써의 매력조차 느끼게 된다. 와~~ 이렇게 여러 매력을 가진 직업이라니… 멋지다!!! 또한 개발자는 자기가 만든 세상의 창조자이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내가 해결해 나가면서, 창조를 한다는 것에 대한 매력도 있는 것 같다.
Q 요즘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에게 정말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한 것일까요???
A 나는 사실 이 질문이 좀 바보 같은 질문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정말 좋은 질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삼성에 있을 때 직원 멘토링이라는 것을 했었는데, 전국에 있는 7명의 학생들을 선정해서 멘토링을 하는 방식이었다. 지원자들 중에는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오거나 엄청난 자격증을 따온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들의 공통 질문이 ‘이제 무얼 해야 하는가?’였다. 그렇게 뛰어난 사람들도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넓게 보는 시각이 부족하더라. 창의력과 인문학과 다양한 관심사는 결국 개발자의 문제해결 능력에 도움을 준다. 수학이나 물리학 같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 혹은 남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개발자로서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liberal art)이 필요하다. 임성현님은 답이 있는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능력이 공학이라면, 무엇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상대가 이야기하는 문제가 정말 문제일까?에 대해서 근원이 뭘지 알아가는 것이 인문학적 사고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Q 사용자나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개발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본인 스스로 고객이 되어봐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한 달에 적어도 만원씩은 앱 구매비용으로 꼭 사용하고 있다. 사용해 보아야만 사용자나 고객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할머니나 조카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조카는 그렇다 치고 할머니한테 설명 드리는 건 정말 어렵겠다~ 고객이나 사용자를 개발자가 아닌 나와 친분 있는 사람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테스트를 해볼 수 있으니까… 고객 대상자나 사용 대상자와 끊임없이 대화나 피드백을 주고 받아야 한다.
Q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셨을 것 같으세요???
A 초등학교 선생님!!!나 완전 이렇게 대답하실 거라고 딱 알고 있었다. 느낌이 팍!!! 대학 입학 때도 교대랑 화학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화학을 택하게 되었다. 사실, 어렸을 때 꿈은 좋은 아빠였다.
Q 개발자로서 사회 생활(회사 생활)에 대한 조언을 주신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나는 기술이나 지식보다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학생들이나 후배들과도 언제나 나를 신뢰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야기 중에 항상 받는 질문이 ‘내가 잘 할 수 있을까요?’이다. 성과보다는 사회 생활(회사 생활)을 통한 성장과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성장해 나가다 보면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와 믿음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성장시킬 수 있고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에 입사했으면 좋겠다.
Q 취미가 있으신가요???
A 취미는 없다. 호기심이 많아서 이거저거 해보지만, 가끔은 내가 너무 산만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예전에는 필름카메라로 셀카를 찍는 것이 취미였던 적도 있었고,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 만들어내는 것이 취미였을 때도 있다. 이건 취미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야~~ 임성현님은 취미란 적어도 1~2년 이상 시간이 날 때마다 혹은 시간을 내서 꾸준히 하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Q 스트레스를 푼다거나 재충전은 어떻게 하시나요???
A 수다로 푼다. 이전에 이야기했던 영향을 주신 개발자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호기심을 자극 받거나 그분들을 통해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최근에는 회사 동호회를 통해서 기타를 치고 있는데, 그때는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되어서 좋다.
Q 최근에 가장 관심있게 보는 것은 어떤 것이 있으세요???
A 요즘은 영화관련 서비스(IMDB)에서 오늘 날짜의 생일인 배우들을 찾아서 그 배우들의 대표작을 찾아보면서 여가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현재는 다음 주가 인터뷰는 3월에 진행되었음 회사 창립 15년 되는데 아직 소비자가 잘 파악이 안 되어서 그것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라, 그 부분에 대해서 계속 생각 중이다.
Q 최근에 가장 짜릿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A 인터뷰 전날 정확히는 3월 7일 11시반!!! 10년만에 SQL을 갑자기 작성해서 후배사원에게 전달해줘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작업하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한번에 에러 없이 돌아갔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이런 순간 짜릿함을 느끼지 않을까???
Q 30년 뒤의 나의 모습은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그때도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 재미있게 들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내가 들어줄 수 있었음 좋겠다(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가족끼리 전세계를 여행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개발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것은 꿈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씀 하셨다.
Q 본인 스스로 어떤 개발자라고 생각하시나요???
A 호기심이 많은 개발자!!! 내가 인터뷰를 할 정도로 뛰어난 개발자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나는 그저 이거 저거 관심이 많은 개발자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임성현님은 카운셀러 개발자!!!
여지껏 인터뷰한 모든 분들이 인터뷰 시작 전에 항상 같은 고민을 하셨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나는 개발자가 아니기 때문에 뛰어난 개발자에 대해서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단지 어느 한 분야에서 꾸준히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분들 모두가 업계의 멋진 선배이고, 나는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Q 후배 개발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A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었음 좋겠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목적의식을 가지고 깊이 있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해커톤 같은 것들에서 심사를 하다 보니 자신이 만드는 것에 대해서 명확한 목적이나 목표 없이 ‘그냥 만드는’ 사람들도 있더라.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그게 뭐든 간에)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사회약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음 좋겠다.
어떤 일이든 내가 가장 원해서 택한 일이 아니더라도 나의 의지에 의해서 좋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문제의 핵심은 언제나 기술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더 고민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재 사장님이 50대 이상의 전산학 박사님인데 아직도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계시다는 걸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는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개발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덧글 : 임성현님은 인터뷰에 대한 답변을 경험하신 것들을 예로 들어서 해주셨는데 이 곳에 모든 내용을 올리지 못해 아쉽다. 꼭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바램이 하나 생겼다.
인터뷰 후 느낀 점… 임성현님과의 인터뷰를 추천해주신 분이 나에게 해주신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멘토링이나 혹은 어떤 식으로든 인연을 맺은 후배나 학생들의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답변을 해주시는, 진정성이 있는 분’이었다. 인터뷰에 대한 모든 답변을 현재 진행하고 있는 멘토링을 예로 들면서 설명해주셨고 인터뷰 내내 인터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눈높이로 말씀해주시려는 모습을 보면서 왜 그 분이 임성현님과의 인터뷰를 추천해주셨는지 알게 되었다. 이렇게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업계의 선배가 있다는 사실이 참 부럽다. by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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