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에게 묻다] Q. 개발자(프로그래머)가 된 이유는 무엇이고, 처음 개발자(프로그래머)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1부

Q. 개발자(프로그래머)가 된 이유는 무엇이고, 처음 개발자(프로그래머)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나는 대학 졸업 후에 공군 장교로 군대를 다녀왔다. 제대를 하기 7개월 전 군대에서 결혼도 했다. 결혼까지 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대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신혼을 즐겨야 할 때에 제대 후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느라 밤 잠을 설친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 참을 고민하던 중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즐겁고, 재미있게 한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대학 입학 후 전산실에서 처음 접했던 컴퓨터, 채팅에 빠져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타자수를 올렸던 경험, 컴퓨터 과목을 들었을 때의 즐거움, 농촌진흥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원래 내가 해야 되는 일보다 컴퓨터를 활용한 문서 관리에서 더 인정받고 도움을 주었던 경험들이 떠올랐다.
대학 4년을 돌이켜보니 내가 전공으로 하고 있었던 농학보다 컴퓨터와 관련된 부분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운까지 따랐는지 제대하는 시점에는 벤처 붐을 타고 수 많은 프로그래머를 육성하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시대적인 흐름이 맞으면서 프로그래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막연했다. 언어 자체만 학습할 때는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동기 부여도 없이 무작정 배웠던 듯하다. 언어를 학습한 후 웹과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해 나가면서 프로그래밍을 통해 내가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고, 일반 사용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면서 프로그래머에 대한 꿈을 본격적으로 꾸게 되었다.

프로그래머가 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느낀 후 처음 만든 자바지기(http://www.javajigi.net/) 커뮤니티가 내 인생 전체를 바꾸어 놓았다. 지금도 나의 꿈을 찾는 고민을 시작한다면 다시금 프로그래머의 꿈을 꾸고 싶다.

 

내가 개발자를 꿈꾸게 된 계기와 실제로 개발자가 된 계기는 조금 차이가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활달하고 왈가닥에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어머니는 나의 그런 성향을 아시고 다양한 것들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해보겠다거나 좋아 보인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것 저것 새로운 것들을 내 주변에 놓아 두셨다. 그 중에 하나가 5살쯤 사가지고 오신 대우 IQ 2000 MSX 8비트 컴퓨터, 일명 재믹스였다. 처음에는 팩을 꽂아서 엄마와 남극탐험이나 슈퍼마리오를 하면서 내기를 하는게 재미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기인 것으로만 알았던 이 녀석이 팩을 꽂지 않아도 켜진다는 걸 알았다. 뭔가를 눌러댔더니 파란 바탕에 꿈뻑꿈뻑 커서만 움직이고 아무것도 되질 않아서 고장이 난줄 알고 노란색 커버의 매뉴얼을 꺼내 들었다. ‘엥?? 이게 뭐야. 따라하면 되는 건가??” 싶어서 이것 저것 책에 적힌 것을 따라 입력을 해보니 화면에 글씨가 막 써졌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몇 주간은 유치원만 다녀오면 그걸 붙들고 이것 저것 해 보는게 일이었다. 하하. 유치원에서 배운 개나리라는 동요를 처음 재믹스를 통해 들었을 때의 희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무것도 없는 바탕에 몇 가지 글을 적어 내려가면 신기한 도형이나 그림,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그 때 당시에는 그렇게 즐기고 넘어갔다. 
그 이후에도 게임은 나를 반쯤 미치게 만들었다. 한창 도스게임들이 유행이던 때에 구니스, 페르시아왕자, 고인돌 같은 게임들이 정말 대단하다 생각하며 빠져들었다. 퍼즐게임이나 영어단어 외우는 게임 등 게임이란 게임은 닥치는 대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초등학교 4학년 때, 지금은 완전 유물이 된 워크래프트1을 우연히 하게 되었다. 오..... 뭔가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이 있었다. “그래!! 이거야! 이렇게 재밌는 걸 내가 만들어야겠어! 게임을 만드려면 난 뭘 알아야 할까?” 그래서 그래픽스 관련 공부도 하고, PC통신 내에서 데이터 가공해서 인코딩 디코딩도 해보고 그냥 그때그때 관심 가는 것들을 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바로 내가 개발자가 되고자 마음을 먹은 계기였다.  정리를 하자면 그냥, 재미있으니까 이다. 
그런데 그 후 꿈에 대한 첫 번째 시련이 찾아온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이것 저것 재미가 없어도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생겼다. 왜 하는지 모르고 해야만 하는 것들이 싫어서 한참을 방황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대학을 갈 때는 어릴적 꿈을 따라 과를 잘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시련이 왔다. “망할. 개발이란게 이런 거야??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너무 어렵기만 하잖아!” 
대학교 수업은 정말 재미없고 잘 이해가 안 되는 내용도 많았다. (‘지나고 보니 그게 다 도움이 되더라.’라는 건 이제 겨우 쪼랩인 3년차쯤 되니까 실감이 난다. ) 어쨌든 그래서, 개발은 안하고 게임 기획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방향을 바꿔 달리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또 한편으론 해보지도 않고 그만 두려니 뭔가 억울하고 기분이 찜찜했다. 그래서 지인들께 이래저래 상담을 하던 차에 JCO 컨퍼런스 뒷풀이에서 한 게임 회사의 대표님을 소개받았다. ‘에라 가서 몇 달만 일 해보자.’ 했던 것이 지금까지 달리고 있게 되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개발자가 된 계기는, ‘간단히 말해서 방황 중에 지인을 통해 사람을 소개받아 게임회사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아직도 이러고 살고 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전체를 정리하자면, "어릴 때 무진장 게임이 재미있고 신이 나서 개발자가 되고 싶었는데, 개발이라는 것이 나랑은 안 맞는 것 같아서 한참 방황 하다가 우연히 소개를 통해 들어간 게임회사에서 삘을 받아 지금까지 재미있게 잘 살고 있다"이다. 

나와 같은 70년대 초반의 대다수는 아마 패미콤과 IQ1000, IQ2000 등이 기억 속에 아직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8bit 컴퓨터로 GW-BASIC 학원도 다니던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나도 그때 그런걸 접하고 너무 좋아하던 평범한 어린이였다. 그냥 그걸로 무엇을 하던지 좋았고,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만 있었던 학생 시절이었다. 컴퓨터로 무엇을 하던지 좋았고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것이 신기하던 시절에 이런 것들을 계속 하고 싶다는 열망이 많았다.

대학 때도 컴퓨터 동아리도 만들고 사람도 가르치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그때 제일 도움이 된 것은,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였다. 93년부터 매달 봐왔었고, 장교 훈련하는 2달 정도 빼놓고는 항상 사서 보고 공부 했다. 그러다가 96년도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 나온 기사 중에서 “자바”에 관한 이야기에 참 끌렸었다. 그리고 나서는 휴가 때마다 관련 개발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묻고 배워나갔었다. 군에서도 훗날 나의 팀장이 된 친구랑 2년간 개발을 해서 제대 때 군에 관련 프로그램 제출했다가 별도 사업 진행 중인걸 알고 낙담한적도 있었지만, 개발하는 것이 참 즐거운 일이었다. 그저 배워나간다는 자체가 재미있었다.
누가 나에게 왜 개발자가 되었는지 물어본다면, ‘그게 재미가 있어서’라고 밖에는 말을 못하겠다. 아주 객관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개발자는 러닝커브도 크고, 고도의 정신노동이 필요한 직업이기 때문에 쉬운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개발자를 바라보는 문화가 성숙하지 못해서 힘든 경우도 많이 겪었지만, 재미가 있어서 시작했고 그 일 자체에 지속적으로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이 오랫동안 개발자의 길을 걸어오는 걸 봐왔고, 행복하게 개발을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프로그래밍을(개발을) 하는 동안 행복한지 꼭 묻고 싶다. 나는 행복했기 때문에 개발자를 꿈꿨고, 그래서 개발자가 되었고 그래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단 한번도 후회한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보다 훌륭한 선후배 개발자들과 그런 이야기 하는 것 역시 즐거웠다. 밥 먹으면서, 차 마시면서, 어느 때라도 코드 이야기를 하며 서로 즐거워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없을 것 같다. 그게 개발자가 된 확실한 이유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컴퓨터가 흔하지 않던 시절...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전산 특성화 초등학교로 지정되면서 8비트 컴퓨터 8대가 학교에 들어왔다. 카세트 테이프가 달린 8비트 컴퓨터 조차 구경하기 쉽지 않은 시절에 8대의 컴퓨터를 떠 맡은 학교는 이걸 잘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고민거리였던 것 같다. 뭔지 모르지만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 녹색 화면의 컴퓨터를 만져 보고 싶었으나 애플2, SPC-1000과 같은 멋있는 이름의 머신들은 이중 철문 너머에 갇혀 있었다. 

하늘이 도와서인지 우리반을 담당하시고 계셨던 담임선생님이 전산반 담당자로 지정이 되었고 담임선생님 눈에 든 나는 방과 후에 남아서 베이직 언어를 배우는 16명의 멤버에 선발되어서 컴퓨터를 만져볼 수 있게 되었다. 우선 가장 간단한 삼각형 면적 구하기, 원의 면적 구하기와 같은 프로그램을 배우고 후에 누구나 한번씩 만들어 본다는 용돈 관리 대장 만들기에 도전했다. 항상 결과물은 카세트 테이프에 저장했는데 신기했던 건 일반 오디오의 더블 데크에 넣고 복사해도 소프트웨어가 복사되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초등학교 시절 전산실은 나에게는 호크와트와 같은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문이었고 전산실로 넘어가는 길은 9 3/4 플랫폼이었다. 그래서인지 대학에 가서도 전공은 전자통신공학을 했지만 전산과 관련된 수업을 들었고 결국 취업을 IT업종으로 하게 되었다. 
여기저기 회사도 옮겨 다녔고 창업도 했다가 쓴맛을 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새로운 디바이스나 기술에 열광할 줄 아는 전산쟁이로 후회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좋은 기회가 되어서 내 마음의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지금 회사에 들어와서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IT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지만 여전히 IT는 나에게 가장 큰 만족을 주는 직종이자 직업인 것은 확신할 수 있다. IT말고 다른 직업은 여전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컴퓨터를 처음 접하였을 때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0살 때였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처음으로 8비트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간단히 만져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느꼈던 그 벅참이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초록화면의 흰색 글씨가 너무 멋있어 보였고, 키보드 하나하나를 눌렀을 때 나오는 소리에 매료되었다. 그 이후 학교 컴퓨터실을 드나들면서 컴퓨터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였고, 프로그래머로서의 꿈도 키우게 되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응시하였던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에 합격하면서 컴퓨터와는 평생 떨어질 수 없는 인연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머로서 꿈을 꾸었던 계기는 바로 8비트 게임에 빠져들면서이다. ‘내가 게임을 직접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게임 프로그래밍 책을 구해 무작정 코딩을 해 본 경험도 있다. 제대로 된 저장장치도 없었던 시절이라 1주일을 꼬박 책에 있던 코드를 무작정 입력한 뒤 실행하였던 그 게임의 화면은 아직도 흥분되는 멋진 추억의 한 장면이다. 이런 추억들이 나를 프로그래머로 이끈 동기가 되었답니다. 
나는 여전히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을 너무나 사랑한다. 너무나 좋아하는 이런 일들을 직업이 아닌 평생의 취미생활로 삼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쯤 8080(?) 학교에 보급되고, 방과 후 수업으로 GW-Basic수업을 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고,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참여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 진 듯하다.

그때 만난 친구들과 광주의 전자상가에서 불법게임 복사 본을 카피하기도 했었다. 친구가 운영하는 BBS 호롱불에 접속하여 장난도 치곤 했는데, 호롱불 접속하면서 아이디라는 것을 넣으라고 해서,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다가 넣은 '한글'이라고 타이핑했는데, 확인 버튼을 누르고 보니 '한금'이 입력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닉네임이 '한금이'가 되었다.

비법처럼 내려오는 해킹관련 책을 구매하기도 하고, ‘바이러스 분석과 만들기(?)’ 이런 책을 사다가 장난친 기억도 있다. 생각해보니 그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사운드 카드는 아주 비싼 장비였고, 프린터도 마찬가지였다. 램은 256바이트(?) 라는 단위를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하드디스크도 128메가였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나는 딱히 잘하는 것도, 꿈도 무엇도 없었기에 막연히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나의 부모님은 굶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딱히 나에게 공부나 직업에 대해서 강요하시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더욱 몰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과 관련된 책은 많이 본듯한데, 그것으로 무엇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할지 계획이 없었던 것같다. 그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재미있게 열심히 하려고 했고, 그렇게 하다보니 개발자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어려서 우리 집은 가난했다. 그리고, 나는 공부를 썩 잘 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상업 고등학교로 진학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때 전공이 정보처리였다. 그렇게 처음 나는 전자계산학이라는 학문을 접했고, 5.25인치의 플로피 디스켓 2장을 넣어야만 DOS로 부팅이 가능했던 286 PC를 학교에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DOS 기반의 아래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숫자에 약한 편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언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에게는 컴퓨터를 배우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다른 친구들처럼 자격증을 따기 위해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만났던 학원 선생님은 작은 키에 말을 정말 재미있게 하는 귀여운 분이었다. 나는 선생님이 너무 좋았다.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 더 열심히 전산이론을 공부했고, 수업시간에 나오는 질문의 대답을 정말 많이 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질문거리를 만들어서 교무실을 밥 먹듯이 드나들었다. 그건, 학원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까지 내 생활이 되어 버렸다. 늘 궁금한 전산이론을 가지고 교무실을 드나들며 선생님들을 귀찮게 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나는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멋진 개발자가 되어 선생님처럼 내 주위의 다른 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재미있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입학하면서, 내 전공은 자연스럽게 전자계산학이 되었고, 나는 계속해서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 배워 나갔다. 졸업할 무렵이 되어 나는 어디로 취업을 해야 하나 매일 고민하기 시작했고,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매일 서핑 하기 시작했다. 개발을 잘 할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개발자 아닌 다른 일은 하고 싶지 않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개발을 하는 회사의 서무업무였으며, 업무를 보면서 개발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상고를 나왔으므로 서무 일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조달청에 들어가 있는 S사에서 서무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당장 이력서를 지원했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정말 뛸 듯이 기뻤다. 면접을 보러 간 날, 나는 숨김없이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했다. "저는 개발을 할 자신은 없지만,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개발을 배운다면 저도 언젠가 개발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원했습니다"
그때 면접을 본 S사의 부장님은 그런 내가 보기가 좋았는지 입사 후에 내게 하나씩 프로그래밍에 대한 스터디를 해 주기 시작했다. 데이터베이스, 자바, JSP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실무적인 것을 내게 가르쳐 주시고, 숙제도 주셨다. 그리고, 4개월이라는 계약직으로 들어간 서무 업무를 마무리할 때쯤 부장님은 다른 업체 사장님에게 날 소개시켜 주셨고, 그때 시작한 아주 큰 대형 프로젝트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이렇게 해서 나는 개발자가 될 수 있었고, 지금도 개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꿈을 말하고 그 꿈이 간절하다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지금 시작하는 많은 학생들 혹인 신입 개발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꿈도 PR해야 하는 시대이다. 내 꿈을 말하고, 내 꿈을 위해 투자하라. 그러면 어느 순간에 다른 누구보다 멋진 개발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중2(82년)였을 때 몇몇 친구들과 컴퓨터에 근거 없는 관심이 생겼고 만날 때마다 SF 영화에서 본 (HAL 같은) 컴퓨터 얘기를 하면서 보냈다.

그런데 마침 <라디오와 모형>이란 잡지에서 마이컴 강좌가 연재되었다(당시엔 PC를 일본의 영향으로 마이컴이라고 불렀다.) 80년대 초에는 취미로 부품을 사서 전자 회로를 꾸며보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들 사이에 즐겨보는 잡지가 <라디오와 모형>이었다. 이름에서 풍기듯 라디오 같은 전자 회로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프라모델과 군사 무기까지 곁들인 진정한 오덕 문화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잡지라고 할 수 있었다.
이게 기폭제가 되어 우리는 컴퓨터에 폭 빠지게 되었다. 그 다음 해, 정부에서 주도한 교육용 PC 사업의 결과로 우리나라 다섯 업체에서 PC를 출시했고 우리는 (배우려는 게 아니고 컴을 직접 다루고 싶어) 학원에 등록한다거나 서울 몇몇 장소에 마련된 전시장에 간다거나 해서 컴퓨터를 만져볼 수 있었다. 당시에는 PC가 소득과 비교해 워낙 비싸서 중산층도 컴퓨터를 쉽게 장만할 처지가 아니었기에 PC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이런 장소에 모여들었고, 나름 정보 교류의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일본 NEC의 PC-8801용 게임을 디스어셈블해서 SPC-1000 용으로 이식했다거나 작성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나와 자랑하곤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아버지께서는 월급 한 달 치에 해당하는 컴퓨터를 사 주셨고 반년쯤 후에 학교에 전산실이 생기면서 전산반도 덩달아 생겼다. 이 전산반이 나의 고등학교 생활의 중심이었고요. 지도 교사님이 컴퓨터를 다룰 줄 몰라서 학교 성적처리는 친구들과 내가 했다. (그때부터 야근 생활... -_-);
대학은 왜 가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친구 따라 토목 공학과를 갔지만 겨울 방학엔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고하거나 팔았고 여름 방학엔 방학 내내 게임을 했다. 아마도 부모님 보시기엔 둘 다 비슷해 보여서인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한 때 전공을 살릴까도 고민했는데 4학년 들어 실무를 조금 공부하면서 이상 세계에서 즐기던 고전 물리의 아름다움을 실세계에서는 맛볼 수 없음을 알았고 마침 행주 대교가 공사 중에 무너지면서 조금은 내 통제권 안에 들어 있다고 여겨지는 (그래서 책임질 수 있는) 프로그래밍으로 진로를 정했다. (프로그래밍이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한 건 순전히 나의 판단 착오였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성격에 맞지 않아서 대기업에 들어갈 생각도 없었고 당시엔 대기업에서 (전산실 빼고는) 프로그래머를 뽑지도 않았기에 전자과 교수님 추천으로 작은 회사에 입사했다.
한 줄 정리: 중2병이 발동했는데 마침 컴이 거기 있었음

 

추신: 내용이 너무 길어서 1, 2부로 나누어 기재될 예정임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