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는 많은 개발자들이 너무나도 궁금해 하는 해외에 본사를 둔 회사에 입사 후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프로그래머 박응주 님의 이야기이다. 물론 이 글을 소개하는 지금은 fancy를 퇴사하시고 가족과 함께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메일을 통해서 문의하여 추가할 것이다.
(박응주님의 사진을 올리기 위해 페이스북의 사진첩을 보던 중, 이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져서 이번 인터뷰에는 그동안과 다른 사진을 올립니다.)
Q 우선 본인 소개부터 부탁 드립니다.
A (인터뷰 당시) fancy.com에서 일하고 있다. 99년부터 병특으로 프로그래머 생활을 시작했다. 3년반정도 병특 생활 후 학교에서 3~4학년 보내고 LG 전자에서 스마트폰 개발을 일년반정도 한 후에 네이버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쿠팡으로 옮겼다가 작년 초부터 팬시에서 일하게 되었다. 팬시에서 정확하게 하는 일은 사이트가 최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장애복구라든지, 잘 돌아가게 만들기 위한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사실 fancy 사이트를 통해서 fancy box를 정기구매 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무척 궁금한 점이 많았다. 뭐랄까… 직원할인이랄까? ^^ 지금 현재는 비트 앱을 만든 비트배킹컴퍼니에서 일하고 있다.
Q 프로그래머가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A 사실 어렸을 때부터 조립, 특히 프라 모델을 좋아했었는데, 상당히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림 그리는 것 역시 좋아했었는데, 컴퓨터를 통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Q 그때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어떻게 그림을 그렸나요?
A 닥터 할로우라는 그림 그리는 유명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걸 통해서 배웠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 것들이 좋았을 뿐이었다. 어느 날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대학생인 친구의 형이 프로그램을 짜서 도형을 만드는 것들을 보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그림도 그리고 프라 모델도 만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부터 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대학을 전자공학 관련 학과를 가고 싶어서 전자라는 말이 들어간 과를 여러 군데 선택해서 전자컴퓨터공학과를 가게 되었다. 병특 전까지는 이걸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그저 프로그래밍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학교 다닐 때 과학은 잘하는 편이었는데 수학은 잘 못하는 학생이었고, 아예 안 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하지도 않는 학생이었다. 대학 때 배운 것들이 지금 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Q 업계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분은 누구인가요?
A 고등학교 무렵 막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할 때, pc통신을 통해서 강의를 올려주시거나 책을 쓰셨던 분들에게 가장 많이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아이디는 기억하고 있는데 성함은 잘 모르겠다. 그때는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다. 그때 강의는 글로 연재되어 있었다고 하신다. 그러니까 거의 책과 같은 수준이었다고 할까? 궁금하다. 어떤 식이었을지…
Q 개발자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A 특별히 힘든 점은 없지만, 회사를 다닐 때를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 기술적으로 이런저런 규칙을 정해놓고 강요할 때 힘들었던 것 같다. 서비스를 만들 때 여러 기술을 사용해보고 더 적절한 기술을 적용하고 싶은데 제약이 많을 때가 있다. 쓰면 안 될 것 같은 기술을 강요할 때도 있고…
Q 이런 질문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전 직장은 왜 옮기게 되었나요?
A 네이버에서 커뮤니티 관련 일을 했는데 계속 비슷한 일만 하다 보니 재미가 없어져서 고민 하던 중 추천을 받아서 쿠팡으로 옮기게 되었다. 사실 쿠팡으로 옮길 때는 금세 그만 둘 마음이 아니었는데 fancy가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만 두게 되었다. 재택근무라는 부분이 제일 큰 매력이었던 것 같다.
Q 그렇다면 fancy는 전혀 만나서 일을 할 수가 없는 건가요?
A 한국에 있는 개발자들끼리 종종 만나서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종종 해외 개발자들과 화상채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기는 한다. 처음에는 나도 이런 식으로 어떻게 일이 돌아갈까 싶기도 했는데 잘 돌아가더라.
Q 재택 근무를 하다 보니 여유 시간이 확실히 많아 지셨나요?
A 여유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조금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에 반해 훨씬 더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지켜야 하다 보니 헤이해지지 않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굉장히 풀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가족이 있어서 그나마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 것 같다. 3개월 정도 지나니까 안정이 되었다. 재택 근무는 어쩌면 더 강한 의지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일하겠다고 매일 퇴근 때마다 원고를 한 뭉치씩 싸 들고 가지만 다음 날 아침 그대로 들고 오는 나를 생각해보면…
fancy.com 에서의 일은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남 핑계대지 않고 내 책임하에 스스로 판단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업무 구분은 있지만, 내일 네일이 나눠졌다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디자인이나 다른 파트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면 충분히 검토해서 수렴하는 분위기라 좋다. 다른 파트의 피드백을 기다리면서 시간 보내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있을 수 있어서 좋다.
Q 같이 일하기 싫은 프로그래머가 있으세요?
A 일을 안 하는 프로그래머!!! 물론 프로그래머뿐만 아니라 어딜 가든 일 안 하려고 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일반인이 생각하는 프로그래밍은 한 프로젝트에서 각자 한 부분씩 나눠서 코딩을 하는 줄 알았는데, 명확한 경계가 없다고 하셨다. 부분을 나눠서 하고 싶었으나 한번도 이루지 못하셨다고… 안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안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둘이 한다고 해서 반반 나눠서 작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한 사람이 다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는 거 아니야???
Q 일을 안 하는 프로그래머를 많이 보셨어요?
A 많이는 아니지만 일을 안 하는 프로그래머를 몇몇 보았다.
Q 그런 분들 말고는 예전에 일할 때 너무너무 싫었던 분은 없으세요?
A 생각해 보니, 이유도 없이 딴지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 자랑이 심한 사람들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더라. 자기 자랑이야 뭐 그런가 보다 하면 되는데 괜히 일 잘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시비 거는 사람, 참 싫었다. 싫다는 말도 참 점잖게 하셨다.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가지셨는데…
Q 면접을 볼 때 프로그래밍 실력 외에 중점적으로 보시는 것이 있으세요?
A 한 가지를 더 보는 편인데, 이력서를 쓰거나 관심분야나 본인이 한 일에 대해서 쓴 부분이 진실인지 꼭 확인해본다. 공부했던 방식을 물어보면서 책이라도 한 권 봤는지 물어보고 1장에 나오는 내용을 물어봐서 꼭 확인한다.
Q 해보지 않고도 해 봤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꽤 있나요?
A 스스로 해 봤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책 하나 읽었다고 해서 할 줄 아는 것이 아닌데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실제로 코딩 해보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문제이다.
Q 이 일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다른 일들에 비해서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제약이 훨씬 적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적 규칙을 거의 벗어나서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이 제일 큰 매력인 것 같다.
Q 그렇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많은 분이 프로그래머가 굉장히 힘든 직업이라고 말씀하시는데요.
A 조금 왜곡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예전(99년도)에 일 할 때는 야근도 많이 하고 많이 힘들었지만, 그 뒤로 가급적 개발 환경이 안 좋은 회사들을 피하다 보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내 주위에도 그렇게 힘들어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다. 어쩌면 온라인 커뮤니티 쪽에 조금 더 불평이 많은 분들이 글을 남기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전체가 일하기가 힘들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프로그래머만 다른 직업보다 힘들다는 것은 크게 공감할 수 없다.
Q 프로그래머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A 알 수 있을까요??? 하하하
Q 제가 막연하게 생각하기에는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제일 좋긴 하지만 평생 업으로 삼는 것과 취미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출판사에 지원하는 사람들 중에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지원했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렇지만 취미로서 책 읽는 것과 편집자로서 책 읽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A 다른 직업들과는 좀 다를 수 있는 게,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취미로 하든 직업으로 하든 크게 차이가 없다. 프로그래밍이 재미있다면 직업으로 삼아도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자료가 풍부해서 배우기가 쉬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취미로 삼기도 어렵지 않다. 꼭 이걸 평생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을 너무 일찍부터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조금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즐기면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해도 좋을 것 같다.
Q 어떤 환경의 회사가 개발자들에게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세요?
A 무엇보다도 개발자들을 믿어주는 회사가 개발자들에게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에 필요한 결정을 개발자 스스로 할 수 있고 그 결정을 존중해주는 회사가 개발 환경이 좋은 회사이다.
Q 개발자들 스스로 그런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자기 서비스를 만들면서 내린 결정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믿음을 받으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정에 대해서 잘못되었을 때도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망한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핑계보다는 잘못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협업을 하는 다른 직군의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나는 사람들이 제한적이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예전보다는 환경이 좋은 회사들이 훨씬 많아졌다고 본다. 내가 인터뷰를 통해서 만나 뵌 분들만 보더라도 모두들 조금 더 좋은 환경을 위해서 노력하는 분들뿐이었다.
Q 프로그래머로서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A 내가 사회생활을 잘 하는지 모르겠지만… 외부의 결정을 마냥 기다리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주의했으면 한다. 예를 들자면, 내가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 그냥 마냥 기다린 적이 있는데, 그때 결정이 어떻게 되더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으면 좋았을 껄이라는 후회가 들었다. 그때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해보고 안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후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주위에 있는 사람, 정말 잘아는,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 물어보고 답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쉽게 물어보고 쉽게 대답을 얻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겠지만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하셨다. 인터넷도 발달했고 그런 분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나 그룹도 많이 있으니…
Q 개발자가 사용자나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내가 생각하기에는, 자기 스스로 일반적인 사용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는 이게 마음에 들고 내 친구들도 다 마음에 든다는데 왜 자꾸 다른걸 하라고 하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개발자들은 좋은 그래픽카드에 큰 모니터를 쓸 수 있지만 일반 사용자 중에는 여전히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처럼… 맞아요. 표지디자이너가 자꾸 금빛이 들어간 붉은 색이라고 보내 오는데 내 컴퓨터에서 보면 그냥 낡은 벽돌 색처럼 보이는, 바로 그 문제점!!! 그럴 것이 아니라면 자기 같은 사람들만 쓰는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만들면 된다.
Q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으셨다면 무얼 하셨을 것 같으세요?
A 프로그래밍을 한 뒤로는 이걸 안 했으면 뭘 했을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그림을 좋아하고 아버지께서 건축을 하셔서 어쩌면 건축 쪽 일을 해봤을지도 모르겠다. 일반 직장인에 비해서 프로그래머는 만족도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인들은 자주 후회도 하고 다른 꿈도 꾸는데, 이 분들은 다른 생각을 거의 안 하나 보다.
와이프가 개발자 출신인데, 전혀 프로그래머랑 결혼하는 걸 싫어하지 않았고 주위에도 그렇게 결혼하신 분들도 많았다. 일반인들은 오히려 생각이 없는데 프로그래머 스스로 안 좋은 생각들을 주입하는 것 같다.
Q 재충전을 어떻게 하세요?
A 스트레스 받을 때, 그냥 음악 듣거나 영화 보거나 산책을 한다.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 않다. 일 하다가 잘 안 될 때는 지칠 때까지 그냥 계속 한다. 너무 오래 일을 해서 잠시 딴 짓을 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일이 막혔다는 것 자체가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일단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할 때까지 다 해본다.
Q 주말에는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A 주말은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아이랑 논다. 그냥 푹 쉰다. 요즘은 거의 책을 보고 있다. 애기 생기면서 영화나 음악은 거의 못하고 산책을 많이 한다. 기술 서적은 잘 안 보고 다양한 책을 본다. ‘결정’이랑 ‘직관’에 대한 책을 요즘 보고 있다.
Q 기술 공부를 하실 때는 여전히 책을 보면서 공부하시나요?
A 최근에는 새로운 기술을 공부할 때,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것을 공부할 때는 책을 많이 보는데, 그 외는 책을 읽기보다는 블로그 등을 통해서 공부한다. 책은 책이지만 온라인 문서에 가까운 것들로 공부를 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레퍼런스 매뉴얼을 많이 보게 된다.
Q 최근에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A 어떻게 하면 기타를 잘 칠 수 있을까. 기타를 독학 중이다. 인터넷과 책을 통해서 연습하고 있다. 전자기타를 옛날부터 치고는 싶었는데 요즘 연습을 조금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하스켈을 배우려고 하고 있다. 기존에 했던 것들과 다른 것 같고, 개인 위키를 쓰고 있는데 그게 하스켈로 만들어져서 고치려고 하다 보니 배우고 싶어졌다. 안드로이드도 배우려고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구입했다. 게임 만들려고…
Q 최근에 가장 짜릿함을 느꼈던 적은 언제세요?
A 팔꿈치를 찍으면 짜릿하다고 하시면서 직접 시연을 해주셨다 푸하하하 아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빠 좋다고 말했을 때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일 쪽으로는 문제에 대한 원인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찾았을 때… DB문제인줄 알고 한 달째 헤맸는데 알고 보니 다른 쪽 문제였더라.
Q 지금 꿈이 있으시다면???
A 2~3가지 악기를 다룰 줄 아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 기타를 배우고 나면 피아노와 베이스기타를 배우고 싶다. 그걸 아이에게 직접 가르쳐주고 싶다. 어렸을 때 음악 시간을 굉장히 싫어했는데, 크고 나서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이에게 가르쳐주기 위해서 먼저 배운 것이다.
Q 스스로 어떤 개발자라고 생각하세요?
A 얇게 펴 바른 잼 같은 개발자!!! 이것저것 잡다하게 다 조금씩은 할 줄 아는데 뭔가 딱히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이 요즘 들었다.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딱히 이거 하나만은 정말 잘한다는 생각은 안 든다.
Q 마지막으로 후배 개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인터넷에서 보면 중고대학생이 어떤 상황인지 잘 감이 안 온다. 내가 어렸을 때랑 너무 다른 환경이라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조언을 해준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고 해서 꼭 귀 기울여 들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 학생들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대해서 깊이 고민을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이가 많다고 해서 들을 필요는 없다.
어렸을 때 낮에는 학교시스템에 맞춰 공부를 하고 밤에 프로그래밍 공부를 한 케이스이고 학교도 관련 학과를 가고 직장을 잡은 케이스라 다른 길은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냐 안 하냐에 대한 차이가 크지 대학이나 스펙에 대한 차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무조건이란 것은 없는 것이다.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들을 하고 좀 놀아도 될 거 같다.
이 일이 재미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과 달리 재미있게 잘 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많이 있다. 단 한번도 프로그래머가 된 것을 후회해본 적은 없다.
인터뷰 후 느낀 점… 박응주님은 스스로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개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선택의 순간에 조금은 여유 있고 조금은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삶을 택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이 분에게만 남들에게 주지어지 않는 기회가 주어졌을까? 그렇지 않다. 박응주님은 스스로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시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도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조금 더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그렇기 위해서는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내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응주님은 그렇게 부드러운 미소를 가지고 계시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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