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는 인터뷰 당시에는 영국에 계셨으나 지금 현재는 독일에 거주 중이신 황장호 님과 스카이프를 통한 화상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황장호 님과는 몇 년 전(3년???) 영국으로 출장을 가는 나에게 개발자 지인께서 “영국에 가면 천재 개발자가 있으니 꼭 만나보라.”고 소개해주셔서 인연이 닿게 되었다. ‘천재개발자’ = ‘외계인’이라는 인식(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Geek이란 느낌 자체가 조금은 20차원스러워서 그랬는지도…)이 있던 나에게 황장호 님의 첫 인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겉모습보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 역시 거의 15차원스러워서인지 그 날부터 지금까지 황장호님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조금 더 화상 인터뷰 느낌이 물씬 나도록 몇 개를 연속해서 올린다.)
Q 우선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본인 소개부터 해주세요.
A 개발 일을 한지 14년 정도가 된 프로그래밍을 매우 즐기는 30대 중반의 유부남이다. 온라인에서는 rath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며 길이 제한이나 중복체크에 걸릴 때는 xrath를 쓰기도 한다. 5년 전 아내와 함께 영국으로 건너가 재택근무와 앱 사업으로 입에 풀칠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독일로 건너가 비슷한 일을 하는 중이시다. 커리어패스 관리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십 수 년 전 처음 개발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회사에서 해왔던 일들이 서로 관련이 없고 ‘ㅁㅁㅁ 개발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치 않다. 다녔던 회사들 중에는 아무도 모르는 3-4명짜리 회사부터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회사들이 섞여있지만 ‘어느 회사를 다니느냐’에 관심이 없고 툭하면 회사를 옮겨버리기 때문에 밝히고 싶지는 않다. 현재는 음악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안드로이드 앱 개발과 파이썬과 C를 섞어 서버 개발을 하고 있다. 파이썬 서버를 하고 있다고 답하셨는데, 그게 파이썬으로 서버를 개발한다는 뜻이겠지??? 나는 아직도 인정하지 않지만 지인들로부터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Q 프로그래머가 된 계기랄까, 언제 프로그래머가 되야겠다 결심하게 되셨어요?
A 명확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사람들과 만나서 계속 이야기 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 하는 성향이다 보니, 컴퓨터 앞에 있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으로 다른 직종에 비해 대부분의 시간을 말 안 하고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개발자가 되고 싶다거나 훌륭한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개발자로서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기 보다 단지 무언가 만드는 것이 재미있고, 고객이나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고 필요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무언가 만들어주는 과정이 좋다. 사실 장호님은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이야기 하셨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꽤 잘 들어주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때는 그냥 활발하게 놀았다. 초등학교 때 컴퓨터 학원 다니면서 베이직으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어쩌면 그때 느낌으로 아직도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봐도 개발자가 꿈이었던 순간은 전혀 없었다. 지금도 딱히 누구를 만나도 개발자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훌륭한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재미있어서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아마도 내 생각에 개발자라고 말 안 하시는 이유는 장호님 스스로 아직은 부족한 개발자라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겸손하신 분은 아닌데… 이상하네^^
Q 업계에 들어와서 가장 영향을 받은 개발자를 꼽으라고 하면 어떤 분을 꼽으시겠어요???
A 넘사벽인 분들은 너무 많지만, 딱히 롤 모델이라든가 영향을 받은 개발자는 없다. 항상 내가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있는 누군가를 따라 한다고 내 부족함이 채워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명받은 책은 많이 있었지만, 너무 많아 딱 몇 개 말하긴 힘들다.
Q 개발자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A 개발자로 일할 때 힘든 점은 혼자 일할 때랑 회사생활을 할 때가 엄청나게 다르다. 혼자 일할 때는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주체가 없다 보니 요구사항을 스스로 만들기가 힘들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어렵다. 개발자와 관리자 사이의 의사소통도 힘들지만 그건 하다 보니 어느 정도 능력이 생긴 것 같다고 하셨다. 개발자 특성상 말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를 조리 있게 인간의 언어로 역시 장호님은 외계인이 맞는 것이다!!!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개발자는 공정의 끝에 있기 때문에 디테일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데 그걸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결국은 상대방을 최대한 이해하면서 이야기 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회사에서는 집중 모드에서 대화 모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다. 일에 푹 빠져서 하다 보면 사실 옆에서 말 시켜도 잘 안 들릴 때가 있는데, 그때 사실 방해 안 받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너무 많은 회의가 있는 업무환경은 솔직히 그래서 힘들긴 하다. 솔직히 힘들다고 생각하려 들면 안 힘든 부분이 없다.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는 것도 힘들고, 기술전반 자체가 인간이 만들다 보니 실수가 생기게 되고 그런 부분들을 알아가는 과정도 힘들고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Q 함께 일하기 싫은 프로그래머가 있나요???
A 많죠~ 우리 정말 이 부분에서 많이 웃었다. 이런 대답을 하실 거라고 나 왠지 알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나는 솔직히 상대방이 못해도 잘해도 상관이 없다. 서로 보완을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하는 것도 잘하는 것처럼 계속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함께 일하기 싫다. 모른다는 말을 잘 안 하거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함께 일하기 힘들다. 그런 일들은 프로젝트 전체에 구멍을 낼 수도 있다. 신입이나 초년생이 이런 경우가 더 심한 것 같다. 서로서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빨리 솔직히 말하는 편이 좋다.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협업이 일반적으로 어렵긴 하다. 많다고 하셨지만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Q 직원을 뽑기 위해 인터뷰어로도 많이 활동하셨을텐데, 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또 그런 것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쓰시나요???
A 나랑 말 통하는 사람!!! 다른 사람과 대화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인지를 본다. 나는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랑 말이 통하면 누구와도 말이 통한다. 나는 장호님과 이야기 하는 것이 재미있고 대화가 잘 된다고 말했더니, 그건 나 역시 특이해서-정확하게는 표준 분포 밖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셨다- 그런 거라고 하셨다. 나는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고 모르는 건 질문을 계속 하면서 모르는 거에 대해서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소통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같다고 하셨다. 2005년 작은 회사에서 팀장을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를 돌이켜보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어쩌면 개발을 좋아하고 회사에 충성심이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충성심이 없는 사람이라니… 사장님들이 들으면 싫어하시겠다. 너무 회사에 맞추려고 한다면 그 개발자는 발전이 느릴 거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발전이 없는 회사라면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이 일(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다른 사람들과 말 안 해도 되는 것 빼고 말해달라고 했더니, 요즘은 나름 이야기 하는 것도 즐기신다고 했다. 프로그래밍은 일 하는 자체가 재미있다. 내가 좋아서 재미있는 일을 하는데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제일 큰 매력이다. 내가 충분히 노력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내공이 쌓이면 쌓일수록) 일을 처리할 때 소모하는 에너지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지는 않는 것이 참 좋다. 다른 직종에 비해!!!
Q 요즘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에게 정말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한 것일까요???
A 한국에서의 인문학 열풍에 대해서는 정말 큰일 날 분위기라고 하셨다. 인문학 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냥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면 된다고 하더라. 그럼 자연스럽게 다른 무언가를 하게 될텐데 거기서 인문학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오~~ 명언이다. 잉여가 창조를 만든다는 것처럼…
Q 개발자들에게 프로그래밍 능력이나 기술적인 지식 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스스로를 1인 기업이라고 생각을 하고 기본적인 교양이나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계속 누군가의 도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상황이나 선택에 따라 잠시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알고 안 하는 것과 모르고 안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남들이 아는 교양이나 지식은 갖추고 있는 것이 좋다는 뜻이냐고 물었더니 ‘남들이 아는’이란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나는 20대 초반에 너무 목숨 걸고 프로그래밍만 했던 것이 조금 아쉽다.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다른 모든 것들을 무시했던 것이 안타깝다. 혼자 앱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하다 보면 고객관리도 하게 되고, 마케팅이나 영업도 하게 된다. 분업이 좋긴 하지만 그렇게 딱 맞는 사람들로 구성되기는 쉽지 않으니 내가 여러 가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실수를 하더라도 일을 크게 망치지 않는다. 알고 시키는 것과 모르고 시키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 마케팅이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깊이 있게 할 필요는 없으나 가볍게라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걸 너무 늦게 알아서 아쉬웠다.
Q 사용자나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개발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이 부분은 나름 자신 있으시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고객관리 쪽 업무를 많이 해왔다. 개인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실제 엔드 유저의 질문이나 건의사항에 대한 메일에 답변을 보내야 할 일이 많았었다. 고객과 대화를 할 때는 ‘내가 개발자다’라는 생각을 지워버려야 한다. 상대방이 왜 그런 질문이나 건의를 했는지 생각해 보자. 본인이 만든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제대로 사용해보지 않아서 불편이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본인이 충분히 사용해본다면 고객을 이해하거나 관리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개발자가 실제 사용자가 되어봐야 한다. 사용자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실제 사용자가 되어 보는 것은 어렵지 않으므로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정말 열심히 사용하는데, 그러다 보니 항상 불만이 많다. 그래서 고객관리가 비교적 어렵지 않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보다 더 빡친 고객이 나타나는 일은 별로 없다.
Q 개발자로서 사회 생활(회사 생활)에 대한 조언을 주신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나는 21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신입이나 이제 사회 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회사’나 ‘조직’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 그런 환상을 버리는 것이 좋다. 신입이고 사회 초년생이면 못하는 것이 당연한데 너무 부담감을 가지고 그 조직에 맞추려고 하지 말자. 요즘 특성화고를 나온 친구들을 보면 사회생활 3년 한 분들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다. 개발 잘하는 것과 회사 일 잘하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개발을 잘 못해도 회사 일은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딩을 못해도 회사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는 회사 일도 하고 개발 일도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생활 자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말아라!!! 가능하다면 취업하지 않는 것을 강추!!! 가치 있는 앱을 무료로 만들어서 사용자 가치를 끌어내고 — 좋은 앱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 네임밸류도 쌓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어떤 사악한 기업도 함부로 할 수 없다. 본인 스스로 커야 한다. 처음에는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보다 스스로 필요하다거나 스스로의 홍보를 위해 작업을 해나가면 어디에도 절대 휘둘리지 않는다. 이성 친구를 꼬실 때도 대뜸 말걸기 힘들기 때문에 말걸기 좋은 매체를 만드는 식이라고 말하면서, 욕구를 기반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하셨다. 맞다맞다 딱 맞다!!! 항상 ‘안 생겨요’ 분위기인 개발자들에게 장호님의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다. 너무 재미있다보니 이 이야기만 거의 30분 이상 나누었다.
여담으로 하나를 공개하겠다. "그때 당시 미투데이는 쪽지 기능이 없었고 친구공개라는 것이 없었다. 그때 미투데이를 통해서 알게 된 분에게 몇 가지 도움을 드렸더니 선물을 보내주고 싶다고 주소를 물어보셨는데 오픈된 공간에 주소를 쓰려니 불편해서 쪽지 기능을 만들어 누구나 쓸 수 있게 했다. 우와~~~~ 역시 자신의 필요에 의해 만드는 것이 답인 것 같다. 나는 의지력이 약한 편인데, 욕구 기반으로 만들면 중도 포기없이 반드시 완성하게 되고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만들게 된다."
Q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셨을 것 같으세요???
A 굶어 죽었다. 어릴 때 특정한 꿈이 없었다. 그냥 평범하게 이래저래 바뀌는 것이 당연하지… 프로그래머는 혼자 다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프로세스의 말단에 있다는 자체가 좋다. 잡스님의 은덕으로(앱스토어) 개발자가 자본금 없이도 사업을 벌릴 수 있어서(꼭 돈을 번다기 보다)… 개발 참 잘했다 생각한다. 자꾸 새로운 것들이 나오다 보니 공부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다른 모든 단점들을 상쇄할 만큼 개발이 재미있다.
Q 취미가 있으신가요???
A 취미는 피아노!!! 장호님이 가끔 연주한 파일을 페이스북에 올리시는데,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던-물론 손 놓은 지 백만 년이지만- 나보다 훨씬훨씬 잘 연주하시는 모습에 자극을 받는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한다. 개발을 할 때 내 스스로 시나리오를 짜는 과정이 좀 지치기도 하는데 책을 읽을 때는 다른 사람이 써놓은 것을 그냥 읽기만 할 수 있어서 좋다. 전공서적은 잘 안 보고 다방면의 책을 본다. 그때그때 흥미가 생기는대로…
Q 스트레스를 푼다거나 재충전은 어떻게 하시나요???
A 프로그래밍을 하면 풀린다. 지금 영상을 보니 이 대답을 들으면서 내 표정이 “또???” 하는 표정이었다. 개발하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보통 내 정성과 시간을 투자한 것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인데, 그럴 때는 노력대비 결과가 나오는 일을 무엇이든 한다. 인형 눈을 붙인다거나, 경험치가 쌓이는 게임을 한다거나!!! 푸하하하~ 인형 눈을 붙인다니… 농담이시겠지. 설마 진짜 하는 걸까??? 장호님은 진짜 할거 같아~ 뭐든 금방 지루해지는 성격이라 이것저것 한다.
Q 최근에 가장 관심있게 보는 것은 어떤 것이 있으세요???
A 머신 러닝!!! 관심사가 2-3주 이상 가지 않기 때문에 이 글을 올릴 때쯤에는 다른 관심사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항상 고민하는 것은, 꾸준하게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컨디션을 만드는 법이다. 재택근무만 5년 정도 되었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제어해주지 않아서 자기 관리가 힘들다. 출퇴근을 안 하니까 업무 성능이 잘 나올 때도 있지만 오히려 일주일 동안 일이 전혀 안 될 때도 있다. 재택근무는 어쩌면 자유로울 수도 있지만 굉장한 의지력이 있지 않으면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Q 최근에 가장 짜릿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A 나는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너무 많다. 가장 최근의 경험을 말해 달라고 했더니 예를 들어 달라고 하셔서 최근에 내가 짜릿했던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드렸다. 최근에 지인을 통해서 우리와 번역을 진행하시게 된 분이 나에게 “지앤선은 좋은 책을 성의 있게 내는 것 같아서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짜릿했다고 말씀 드렸더니 우리는 그런 출판사 맞다고 말씀해주셨다. 푸하하하하 앗싸~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바로 해버리는 성격 탓에 부지런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그 하고 싶은 일들 때문에 계속 장기적으로 밀리는 일들이 엄청 많다. 그렇게 오래 밀린 일을 처리했을 때도 짜릿하다.
Q 영어공부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A 안 한다. 영어공부 접근 방식이 잘 못되었다는 것은 깨달았으나 딱히 하지는 않는다. 말만 통하면 되고 말 못한다고 기죽을 것도 없다. 사실 업무 용어는 생활영어보다 더 쉽다. 문장의 수려함이 필요 한 것도 아니다. 학원 4주, 개인과외 2주정도 받았던 것 같다. 7월이면 외국에 나온 지 5년 된다.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었을 때 고객문의 메일이 하루에도 몇 십 통씩 왔는데(한국마켓은 없었음), 답변을 위해 읽기/쓰기를 하다 보니 많이 편해졌다.
외국에 나가신 이유는 이미 알고 있어서 물어보지 않았는데, 인터뷰어의 자세로서 부적절했던 것 같다. 반성 중...
Q 외국에는 얼마나 더 계실 예정인가요???
A 여력이 된다면 계속 외국에 살 생각이다. 독일로 옮기면 영주권 신청을 할 예정이다. 지금 현재는 이미 독일로 이주하셨다. 영주권을 받으면 독일 회사에서 일해볼 생각이다. 독일어는 어떻게??? 학교 다닐 때 제2외국어로 배웠던 것이 다이긴 하지만, 뭐 어떻게 되겠지 생각한다고 하셨다. 이런 거 보면 전혀 시니컬하지 않고 초긍정적인 분이다. 구인 공고를 봐도 영어만 하면 되더라.
Q 30년 뒤의 나의 모습은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지금하고 똑같이. 그냥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30년 후에 뭐가 되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발은 계속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Q 본인 스스로 어떤 개발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성격 더러운 개발자!!! 부정하지 않았다. 더러운 것까진 모르겠지만 유난히 독특한 부분이 많은 분이라는 점은 나도 인정한다. 사실, 필요한 결과물만 나오면 되지 내가 어떤 개발자이든 크게 관심은 없다. 다른 사람들의 활동에 관심이 없다 보니 비교할 수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가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다른 개발자들은 뭐하고 사는지 궁금할 때가 있긴 하다.
Q 후배 개발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A 이 질문에는 조금 어린 후배 개발자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조금 설명을 달라고 하셔서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말씀을 드렸다. 개발 외에 꿈을 안 꾼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적인 요인이든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개발을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거 저거 찔러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만 잘하는 것은 위험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니 그럴 수 있을 때 친구들과 놀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도 큰일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충분히 존중해줬음 좋겠다. 자기 개발 능력을 키우는데 대학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학에 가서 좋은 점도 물론 있다. 문화적/인간적인 교류가 그때 아니면 안 생긴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대학이 취업에만 집중한다면, 그나마 좋은 점도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방황도 마음껏 해보라. 그때 안 하면 나중에 방황하게 될텐데 그건 진상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 좋은 것도 미리미리 다 해보는 것이 좋다. 중고등학교 때 이미 다 해보셨단다.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것까지??? 대학가서 제일 이상했던 것이 주위 사람들이 놀 줄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잘 노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즐겁게 노는 것이 잘 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조금 이기적이 되어 내 스스로 사회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사회생활에서는 대화가 중요한데 지금 학창시절에, 특히 전공분야 외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중고등학교 때, 많은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보니 그때 당시의 친구들과의 시간이 나에게 엄청난 자산이 된 것 같다. 다양성에 대해서 항상 열려있길 바란다.
사실, 장호님과의 인터뷰를 정리하기 위해 녹화된 영상을 3번이나 보았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툭툭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듯한 말투에서 장호님이 무관심(무신경)한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영상을 볼 때마다 장호님은 (말로는 식상하고 교과서같은 대답을 하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하셨지만…) 혹시나 본인의 인터뷰가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기술이나 프로그래밍을 모르다보니 왜 사람들이 장호님을 ‘천재 개발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장호님은 어쩌면 끊임없이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공부하고 노력하기 때문에 ‘천재’ 개발자라는 평을 듣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프로그래밍을 삶 자체라고 생각하고, 또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자신이 성장하고 배워나간다고 생각하시는 장호님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장호님의 코드는 장호님과 참 많이 닮아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프로그래밍을 더 배우고 싶어졌다. by 앤(&)
'지앤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접속] 제가 한번 개발자를 만나 봤습니다. - S1 E09 (0) | 2014.05.16 |
---|---|
[한글화 프로젝트] 7. 생산성은 측정할 수 없다. (1) | 2014.05.09 |
[멘토에게 묻다]추천해주고 싶은 프로그래밍 언어는??? 그리고 그 이유는??? (0) | 2014.04.30 |
[접속] 제가 한번 개발자를 만나 봤습니다. - S1 E07 (0) | 2014.04.25 |
[접속] 제가 한번 개발자를 만나 봤습니다. - S1 E06 (0) | 2014.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