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는 시즌1의 마지막 인터뷰이다. (물론 현재 시즌2까지 모든 인터뷰를 마친 상태이나 인터뷰 후 정리기간이 상당하다 보니 – 필자도 본업이 있으니… 부득이 시즌제를 도입했다.) 시즌1의 마지막을 장식할 인터뷰는 조금 색다르게 진행하고자 채수원, 정상혁님과 진행하였다. 편안한 토크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기본 질문과 상관없는 이야기들도 툭툭 튀어나오곤 하는데 이런 부분들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어 가감 없이 작성하였다. (채수원 : 원 정상혁 : 혁 멋있다~^^)
추신 : 인터뷰의 내용이 길다보니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려 2주만에 업로드 하게 되는 점 양해 부탁드리고, 아울러 이번 인터뷰는 Part1, Part2로 나누어집니다.
앤 아시다시피 이 인터뷰는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학생들이나 사회초년생을 위해서 시작된 인터뷰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저희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분석해본 결과 가장 많은 독자(방문자)가 13세에서 28세 사이의 남자로 나오더군요. 그래서 조금 독자대상을 낮춰서 중고등학생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인터뷰를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우선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본인 소개부터 해주세요.
원 네이버의 네이버랩스라는 조직에서 개발자서비스 개발랩의 테크니컬 리더(TL)를 맡고 있다. 요비라고 하는 오픈소스 협업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혁 네이버의 네이버랩스에서 웹플랫폼 개발랩이라는 조직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자동차의 프레임처럼 여러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쓰는 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앤 두 분 모두 네이버가 첫 직장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전에는 어디서 근무하셨나요?
원 이전에는 LG CNS에서 시스템 엔지니어에서부터 DB, 프로그래머 등등 다양한 일을 했었다. 이직하기 바로 전에는 LG CNS 경영기술교육원이란 조직에서 기술 교육을 하기도 했다. 개발자로 생활한지는 14년정도 되었다.
혁 이전에는 삼성 SDS에서 프로젝트, 공무원들이 발주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SI 프로젝트이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네이버로 왔다. 총 11년째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앤 프로그래머가 된 계기가 있으세요???
혁 초등학교 때 컴퓨터 학원에서 베이직을 배웠다. 선생님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중고등학교 때 게임이나 간단한 그래픽 에디터 같은 것을 만들면서 꾸준히 프로그래밍을 했었다. 대학은 경영학과를 나왔지만 딱히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암울한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는데, 하루 한 시간이라도 프로그래밍을 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프로그래밍을 선택했다. 솔직히 나는 다른 분야에 전혀 몰랐다. 학교 다닐 때 조금 더 다양한 부분에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앤 중고등학교 때 게임을 만들 정도로 관심이 있으셨는데 왜 대학은 관련 학과를 안 가셨나요?
혁 누군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막연히 로보트태권V를 만드는 김박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과학자가 꿈이었던 것 같은데,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경로는 깊이 생각해보질 못했었다. 부모님께서 이과보다 문과가 공부할 것이 없다며 설득 아닌 설득을 하셔서 단순하게 문과를 선택하고 경영학과를 가게 되었다.
앤 어렸을 때 프로그래머가 될꺼야 라고 생각하신 적은 없었던 거네요?
혁 프로그래밍도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이과계통을 가고 싶었지만 문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부모님의 권유로), 이왕 그렇게 된 거 두 가지를 접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누나가 정말 관심이 있다면 배운 것과 프로그래밍을 다양하게 접목 시킬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원 미취학 아동시절 할머니랑 같이 다방을 갔었는데, 한쪽 구석에 구식 게임기가 있었다. 신기해하면서 하다 보니 게임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궁금해져서 초등 4학년 때 부모님을 졸라서 학원에 갔다. 그 이후 늘 컴퓨터와 함께 지내오다가 취직을 할 때도 삼성 SDS와 LG CNS에 지원을 했다.
혁 내가 SDS에 간 이유는 비전공자도 많이 뽑아서였다.
원 초등학교 때 외할머니가 돈을 모아서 애플II 컴퓨터를 사주셨다.
앤, 혁 우와~~~ 할머니가 미래를 내다보셨군요.
원 꿈이랄 거까진 없었지만 그 이후로 당연히 프로그래머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소소하게 이것저것 만드는 것들이 너무 좋았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나 진로를 정할 때는 약간 고민하긴 했다. 내 관심이 컴퓨터와 전자 쪽에 걸쳐져 있는 듯했는데 그렇다고 어느 것 하나를 더 깊이 있게 파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컴퓨터 공학과를 가려고 했는데 부모님의 권유-안철수는 컴퓨터 전공을 하지 않았는데도 컴퓨터 관련 일을 하쟎니. 앞으로 유망하다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를 하면 더 좋지 않겠니?-에 의해서 전자공학을 선택하게 됐다.) 오히려 회사 생활을 하다가(3~4년쯤) 켄트 백의 extreme programming이란 책을 읽고 엄청나게 감명받았다. 그 전까지는 프로그래밍이란 0101의 어떻게 보면 인간미가 없는 비정한 세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인간과 조직 그리고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깨달음을 전파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는 생각에 LG CNS기술대학원(현 경영기술교육원)으로 갔다. 처음 기술교육 강사로 지원했을 때 난 대리초년이었는데 누굴 가르칠만한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거절당했다. 사실 연차도 낮고 딱히 보여줄 것도 없었기 때문에 한정된 자리에 들어가는 것을 거절당한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 뒤 자격증을 따면서 1년을 준비했고 다음 년도에 다시 지원해서 강사로 사내 직원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앤 프로그래밍을 할 때랑 누군가를 가르칠 때 어떤 것이 더 재미있으세요?
원 두 가지 모두 적성에 잘 맞는다. 두 가지 모두 즐겁기도 하고 보람차기도 하다.
앤 학교 다닐 때는 어떤 학생이셨어요?
혁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렇듯이 학교에서 대부분의 과목에 흥미가 없는 학생이었다. 지각이나 숙제를 안 해가는 비율이 평균보다 높았던 것 같다. 학교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본인들의 철학을 이야기 할 때 거부감을 느꼈던 기억도 많은 것을 보면, 중2병 기간이 길었던 것도 같다.
앤 그럼에도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던 학생이었으니 원하시는 대로 경영학과를 가지 않았을까요?
혁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지만 다른 부모님들처럼 우리 부모님도 기대치가 무척 컸던 것 같다.
원 나는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히키코모리 같은 스타일이었다고 할까? 혼자 조용히 이것저것 만들고 공상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컴퓨터 좋아하고 게임 좋아하고… 자아가 없이 살고 있다가 드라마틱하게 바뀐 것은 회사 입사 후 위에서 언급한 켄트 벡의 책을 읽고 나서부터 인 것 같다.
앤 아~ 여기서 제가 한 가지 말씀을 드려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겸손함이 미덕이다 보니 지나치게 겸손하게만 이야기하시려고 하는데, 모두들 ‘나는 부족하다’ ‘공부도 못했다’ ‘난 그다지 잘 하는 것도 없다.’ 이러시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자괴감 느낀다. 그러니까 겸손함도 좋지만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원 그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을 뿐, 솔직히 나는 휴먼으로서의 스테이터스는 낮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혁 친구들이 컴퓨터를 잘 한다고 인정을 해주니, 어릴 때 자존감을 쌓는 원천이 된 것 같다. 그게 동기유발이 되어서 C나 어셈블러 같은 프로그래밍 책을 사서 혼자서 공부하게 되었다. 대신 아버지께서는 컴퓨터 때문에 공부 안 한다고 많이 혼내셨다.
원 예전에 부모세대들이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 거의 없었다.
앤 지금도 역시나 부모님이 완벽하게 응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 소질을 보인다고 키워주려고 하는 부모는 물론 지금도 거의 없는 거 같다.
앤 예나 지금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공부 안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인강을 듣는 게 아니라면)
혁 사실 명령어나 해외 사이트 해석 때문에 영어공부를 하게 되었고, 베이직이나 이런 것들을 익히며 삼각함수를 공부하면서 수학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오히려 컴퓨터를 어릴 때부터 해서 학교 성적이 좀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원 중학교 들어갔는데 영어 공부를 해 본적이 없는데도 영어 성적이 꽤 높더라.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때 울티마 게임을 사전을 찾아가면서 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게임도 공부에 도움이 된다.
혁 나는 영어 소문자도 컴퓨터 자판으로 처음 배웠다.
앤 게임뿐만 아니라 앱스토어가 생기면서 영어 공부를 하게 되는 것도 같아요.
앤 업계에 들어와서 가장 영향을 받은 개발자가 있으세요???
혁 동료 중에서요? 아니면 책?
앤 그런 것은 상관없이 말씀해주세요.
혁 첫 직장 때 같이 일했던 PM분!!!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신입인 나도 존중해주시고, 아무리 안 좋은 환경이라도 항상 즐겁게 일해야 한다면서 웃으셨던 기억이 항상 남는다. 관리자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주신 분이다. 안 좋은 여건에서도 사람만 잘 만나면 행복할 수 있다고 느꼈다.
원 저는 아까 이야기 했던 켄트 백!!! 정확히 말하자면 켄트 백의 책!!! 엔지니어로써의 전환점을 만들어줬다.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서 깨우쳐줬다. 예를 들어, 맛이 정말 뛰어나고 고객을 감동시키는 햄버거 가게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직원들이 항상 불행하고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면, 그곳에서 만드는 햄버거가 진정성이 있을까? 프로그래밍이라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사회활동이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자체도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마틴 파울러의 리팩토링 역시 마찬가지였다. 혼자 지내온 시간이 많아서 대부분의 스승은 책이었다. 그러다가 책만 스승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을 찾자!라는 생각으로 LG CNS의 기술교육원으로 가려고 했고 노력 끝에 가게 되었다.
앤 개발자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원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은 한계를 느낄 때이다. 내가 십 몇 년을 이 바닥에 있었는데도 “왜 이렇게 모르는 것 투성일까?”라고 느껴질 때 자괴감이 들고 역량적인 한계를 느끼면 조금 힘들다. 그리고 만들고자 하는 SW의 가치와 개발자로서의 일에 대한 재미와 조직이 원하는 일과 주어진 상황 등에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한쪽만을 따르거나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합의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 힘들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노련 해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머리가 나빠지는 상황 역시 아쉽다.
혁 우선은 시니어 엔지니어가 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일하기 힘들다. 그저 프로그래밍만 할 때와는 다른 책임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오래 전 일이지만 상위 의사결정자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결정을 한다고 느껴졌을 때가 경력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원 아까 이야기했던 합의점을 찾기 힘든 경우도 이렇게 사리사욕을 챙기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다. 점점 소프트웨어가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소프트웨어가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거나 둘 중에 하나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라는 것이 너무 인간의 삶이랑 연결되고 복잡한 요소들이 섞여있다 보니 기능이 동작하고 안 하고 만의 문제가 아니다.
앤 그럼 반대로 프로그래머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혁 성취감!!! 최종적으로 내가 끝낸다는 그 느낌. 만든 것이 돌아가고 안 돌아가고를 빨리 알 수 있는, 바로 바로 나에게 성취감을 줄 수 있는 매력. 무언가를 만든다는 매력.
원 사람들이 레고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형의 블록으로 유형의 세계를 만들어내듯이 소프트웨어도 0101만으로 없던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창조해낸 것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굉장히 적은 수의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영역은 소프트웨어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게 굉장히 매력이 될 수 있다.
앤 세상을 바꾸고 싶으세요?
원 바꾼다기 보다는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다 세상을 구하는 용자가 되려 하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 누구는 세상을 구하고 능력이 좀 덜 되는 사람은 주변 사람을 돕거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앤 혹시 같이 일하기 싫은 프로그래머가 있으세요???
혁 닫혀있는 사람. 자기가 아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고 겪어보지 않은 것들을 비하해서 이야기하는 사람.
원 배려가 없는 사람? 그런데 한편으로는 자기고집이 강한 사람보다는(물론 같이 일하는데 많은 부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할 수는 있지만), 자기 일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함께 일하기 더 힘들다.
혁 아직 겪어보진 않았지만 앞으로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은 자기 자신의 우수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지나치게 에너지를 쓰는 사람일 것 같다.
원 사리사욕 채우려고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은 물론 싫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혁 사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밖에서 보기에 개발자들이 내성적인 사람이 많아서 함께 일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원 사실 상당수의 개발자들이 다소 수동적이고 소심하지만 다른 직군의 사람들보다 훨씬 순수하고 순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앤 그러면 질문을 약간 바꿔서 한 팀으로 일하기 싫은 사람은 어떤 개발자일까요?
원 일에 애정이 없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려 하지 않는 사람만 아니라면 다 괜찮다.
혁 아예 일을 안 하는 사람보다 애정 없이 하는 사람이 더 문제인 것 같다.
원 사람이 다 특성이 다르고 장단점이 있는 거니까. 내가 좋아하는 동화 중에 브레맨 음악대라는 이야기가 있다. 다소 부족한 점이 있고 각각의 약점을 가진 동물들이 모였지만, 한 팀이 됨으로써 단점보다는 각자의 강점과 개성으로 서로의 단점을 극복해서 위기를 잘 헤쳐나가는 이야기인데, 그런 팀이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앤 인터뷰를 진행하실 때, 기술능력을 제외한다면 어떤 것을 더 중점적으로 보시나요???
혁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고, 자신만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를 우선적으로 본다. (경험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세 가지였는데 하나가 생각이 안 난다. 이야기 하고 있으면 생각해 보겠다.
원 기본적으로 보는 것은 모르거나 틀리는 것에 대해서 인정할 수 있는 사람. 개선의 시작은 인정에서 온다. 경력자의 경우라면 기초가 되는 기술이나 사상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 다양한 경험은 있지만 몸으로 배워서 아는 것보다는 기본을 알고 경험이 덧붙여진 사람.
혁 얼마나 믿을만한 이야기를 하는가. 세 가지가 모두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면접에서 모르는 걸 아는 척하긴 힘들지 않나?
앤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쪽 업계가 다른 사람의 경험을 내 이야기처럼 말하기가 더 쉽지 않을까요?
혁 & 원 장시간 실무자와 면접을 보면서 포커싱해서 면접을 본다. 경력직의 경우는 특히 1:1 인터뷰를 길게 하는 트렌드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솔직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뭐고 또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원 인터뷰 때 제일 안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는 사실 자기가 지원한 쪽에서 하는 일이 무언지도 잘 모르고 조사해보지도 않고 지원한 사람들이다.
앤 어차피 서류전형이 통과 되었으니 인터뷰가 진행되는 것이니 스펙은 정말 전혀 안 보시나요?
혁 학점이나 이런 것은 안 본다. 지원동기는 정말 중요하게 본다. 스펙이란 것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스펙이 좋다면 조금 더 눈이 간다.
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인원은 한정되어 있고... 경력은 다르지만 신입의 경우라면 좋은 인재를 뽑는 것이 회사가 잘되거나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가능성이 높으니까. 동일한 상황이면 안 볼 수 없지 않을까?
혁 공모전의 수상경력도 다른 분야의 수상경력이 아니라 우리와 맞는 분야라면 조금은 보게 되는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신입 면접은 본적이 없지만 본다면 보게 될 것 같다.
앤 보시기에 매력적인 이력서란 어떤 이력서인가요??? (개발자의 이력서는 이력사항+자기소개서가 되어야 한다고 우선 이야기 해주셨다.)
혁 자신만의 스토리가 드러나 있어야 한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강점이나 경험한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 “어떠한 일이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야근을 해서라도 할 수 있다.”라는 식의 말이 가장 지루하다. 관심사나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기술 등)에 대해서 분명해야 한다.
원 대기업 신입 공채와 경력을 뽑을 때 기준이 다르고 기업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대기업 신입 공채의 표준화된 포맷으로는 사실 괜찮은 사람을 가려내기가 어렵다. 개발자에 맞는 포맷이 아니라 인사부에 맞춰진 포맷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조금 더 드러내기 위해서 상혁님이 말한 부분들이 들어가야 한다.
혁 회사마다 포맷이 다 달라서… 대기업은 적는 난이 있고 글자 제한도 있다. 그럼 결국 학벌을 안 본다고 하지만 대기업은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교 다닐 때 정말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노력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봤는지도 중요하다. 학생으로써 할 수 있는 것들…
원 뭘 하고 싶고, 뭘 잘하는지를 그 회사에 맞게 구체적으로 잘 써줬으면 좋겠다. 지원한 회사에 맞춰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혁 이력서 조차도 카피&페이스트를 해서 너무나도 획일적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정말 두 번 다시 안 보는 이력서이다. 대학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분명히 찾아야 준비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다. 포트폴리오를 영리하게 만들어야 하고,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해 본다는 것은 확실히 메리트가 있다.
원 5인 이상 프로젝트에 오픈소스 경력이 있다면 높게 평가하게 될 거 같다.
혁 취직을 위해서 준비를 한다기 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다양하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가 쌓이게 된다.
원 학부 때는 정말 본인이 IT쪽에서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고 관심이 있는지 빨리 찾아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찾아야지 하나만 너무 파는 것은 사회생활은 힘들 수도 있다. 다양한 걸 많이 해보면 내가 싫어하고 못하는 것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앤 개발자가 없다고 말하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난에 고민이 많다. 신입 개발자는 거의 뽑질 않는데,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혁 회사의 인사제도나 조직이 바뀌는 속도가 빠르다. 네이버가 신입사원을 어떻게 뽑을 건지는 매 해 다르더라. 복합적인 시장 상황과 주변에 따라 제도가 바뀐다. 시장에서 개발자가 없다는 것은 신입 개발자라기 보다는 당장 일 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측면이 크다.
원 사람이 없다기 보다는 어쩌면 당장 일을 시킬 ‘충분히 저렴한 개발자’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혁 삼성도 신입을 뽑아서 6개월 이상 교육을 시키는 것처럼 대기업에서는 그렇게 신입을 교육해줘야 할 의무랄까, 그런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앤 개발자로서 사회 생활(회사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주세요~
혁 경력이 11차년 밖에 안 된 내가 하기에는...
앤 3년차만 되도 할 이야기가 많던데...
혁 프로그래머의 회사 생활에 대해서 말하자면, 프로그래머도 회사에서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지고 있다. 어느 직장인이나 다 하게 되는 글쓰기처럼 프로그래밍도 요즘은 직장 생활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에 투자를 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도 잘 못하는 것이긴 하지만 책 중에 비폭력대화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는 내가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나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 때문이고, 그 욕구를 파악해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형식으로 표현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나는 직장생활 하면서 이것만 일찍 알았다면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 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대화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 좋은 사항이나 사람을 만나서 고생을 하는 것도 어차피 흘러가는(일시적인) 시간이니까 조급해하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길 바란다.
원 나도 마찬가지로 직장생활(?)을 잘 못하는 축에 드는 사람이라서…
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프로그래머에게 도움이 될만한 팁이라고 해야 할까요?
원 성실함과 호기심, 많이 물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니 적극적이었음 좋겠다. 그러나 너무 의지하지 않도록 스스로 찾아보고 배우면서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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